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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窓】목로주점 가을 - 정성수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8년 08월 31일(금)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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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시인
ⓒ 익산신문 
제대를 하고 빈둥거렸다. 복학은 내년 3월이라서 아직도 6개월이나 남았다. 9월 어느 날이었다. 지겨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했다. 딱히 갈 곳도 없던 나는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며 인화동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목로주점 가을’이라는 술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페츄니아 꽃 박스가 출입문 앞에 어서 오라는 듯이 도열하고 있었다. ‘목로주점 가을’이라는 간판이 왠지 마음에 들었고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페츄니아도 참 좋았다. 내 나이 스물다섯일 때 일이다.

가게 문을 미는 순간 눈에 들어온 안내문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안내문에는 '50세 미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순간 나는 황당했다. '미성년자출입금지'도 아니고 오십 살이 되어야만 들어 올 수 있는 곳이라니 야릇한 기분까지 들었다. 공짜도 아니고 돈을 내겠다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만 들어오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후로 그 술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지만 볼 수가 없었다. 유리창마다 검은 종이를 발라놨기 때문이었다.

삽십대 초반에 나는 결혼을 했고, 여전히 인화동에서 살았다. 가끔 그 술집 앞을 지날 때면 ‘목로주점 가을’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쉰 살을 동경하며 기다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몰랐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삶에 쫒기면서 살았기 때문이었다. 쉰 살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마음의 눈이 떴다. 늘 흰색과 검은색을 명확하게 구분하려 드는 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이며 회색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쉰 살이 되던 어느 가을밤이었다. 나는 친구와 ‘목로주점 가을’에 앉았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서 들어 온 ‘목로주점 가을’은 그토록 상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주인에게 쉰 살로 출입을 제한한 이유를 따지듯이 물었다. 늙수그레한 주인 여자는 중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서 그들만의 추억과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주인이 대답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한쪽에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가 있고, 넓고 편안한 의자에는 세월 속을 달려온 남자들이 인생을 술안주로 삼고 추억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막 쉰 살이 된 나는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낯설었고 나와는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친구와 나는 몇 잔의 술에 얼굴이 황혼처럼 불쾌해졌다.

오랜 기다림과 설렘이 깨어지던 날도 ‘목로주점 가을’ 앞의 페츄니아는 여전히 예쁘게 피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목로주점 가을’ 앞을 지날 때면 무덤덤한 생각을 앞세우고 지나쳤다. 내 나이 육십이 되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세월은 여전히 흘러갔다.
어린 시절부터 이날 까지 추억이 서려있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준 우리 집 대문에 걸린 아버지의 문패가 내려지고 내 이름으로 된 문패가 걸리 던 날. 나는 ‘목로주점 가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옛날이 그리우면 ‘목로주점 가을’에 오면 된다고 천장에 걸린 샨델리아 불빛이 나를 위로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가을을 기다리지 않는다. 고운 단풍도, 떨어지는 낙엽도, 시들어가는 영혼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낙엽 밟는 소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발아래서 사각거리는 소리가 세월이 이빨을 가는 소리로 섬뜩하기 때문이다.

나뭇잎들도 푸른빛을 잃고 어딘가로 떠나는 계절, 머물었던 시간들이 너무 짧아 아쉬움만 남는 계절. 붉게 물들어 가는 거리를 홀로 걸을 때 발걸음이 느려지고 풀벌레 울음소리 애잔하여 가던 길을 되돌아오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발자국마다 깊은 무늬를 만들어 쓸쓸한 상념이 앞서 가면 감나무에서는 등불 같은 감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가을이 깊어간다

인생을 계절로 표현 한다면 고희를 넘긴 나는 초가을인가? 늦가을을 인가? 또 하나의 가을이 떠나기 전에 ‘목로주점 가을’에 앉아 낙엽 한 장 띄운 술잔의 깊이를 들여다봐야겠다.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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