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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말 한 마디에도 사랑으로-한승진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20일(금)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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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진 황등중 교사.
ⓒ 익산신문 
나른한 주말 오후, 한 중학생이 잘못된 것은 알지만, 충동적으로 장난 전화를 걸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중년의 여자가 받았다.

아이는 별생각 없이 TV에서 자주 들었던 대사를 흉내 내어 마구 말했다. “엄마, 나야. 큰일 났어. 나 사고 쳤어. 나 경찰서 갈 것 같아. 어떡하면 좋아?”

순간 전화기를 통해서 당황스러워하는 숨소리와 다시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석아! 너는 괜찮니? 다치지는 않았어?” 학생은 상대방 여자가 속았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학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여자는 계속 학생에게 일상적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밥은 먹었니?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요즘 많이 힘들지 그래도 가끔 엄마한테 전화 좀 해. 보고 싶구나. 너는 엄마 보고 싶지 않니?”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낀 학생은 그냥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여자가 학생에게 말했다. “잠깐만, 명석아. 끊지 마. 명석이는 이미 하늘나라에 있다는 거 아는데… 그리고 전화 건 사람이 명석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엄마한테 한마디만 더 해주면 안 되겠니, 제발 부탁이야.”

장난 전화를 걸었던 학생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 사랑해요!”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슬픔은 세상 어느 것보다 아프고 괴롭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치는 그리움은 너무나도 큰 고통이다. 그 아픔을 잠시나마 위로받을 수만 있다면 거짓말이라도 매달려 보고 싶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하루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일지라도, 주어진 내 시간에 마음껏 사랑하고 위로해주면 어떨까?

언젠가 낯선 사람에게 온 문자가 생각난다. “언니, 그동안 잘 지냈나 모르겠다. 이렇게 메시지 보내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는데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언니 너무 늦었지만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어 그리고 사랑해…….” 잘못 배달된 문자 한 통에서 언니를 걱정하는 동생의 온기가 느껴졌다.

정중히 잘못 보내신 문자 같다고 문자를 드렸다. 문득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이 담긴 메시지를 한번 보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말, 행복해지는 말을 넘치도록 말이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내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던가?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심이 필요한 세상이다. 오늘 우리는 무한경쟁 체제 속에 내던져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경쟁과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각 개체들은 자력갱생의 ‘외로운’ 길을 택했고, 그렇게 현대인들은 타인과의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 맺기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에게 몰두하며 하나의 원자처럼 분리된 개인적 삶을 영위해왔다.

이처럼 개별화된 인간들은 고립감과 실존적인 고독함에 황폐해진 내면을 겨우 붙잡고 살아간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중심적 모습의 단면은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이 벌어졌을 때 목격됐다.

그 당시 ‘우리 아이는 아니어서 참 다행이야’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러한 소시민적 태도로부터 발생하는 단절감은 우리 사회와,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을 더 고독하고 외롭게 만든다.

이러한 파편화된 개인적 삶의 해방, 즉 진정한 유대와 연결은 같은 경험을 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고독함’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치유되며, 비인간적인 관계는 회복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연결은 ‘공명’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공명이란 둘 이상의 존재들이 ‘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 존재들 사이의 공명을 이루는 것이 서로가 가진 ‘차이’에도 그 안에서 아름다운 화음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 화음은 타인과 나누는 감정적 교감과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공감(共感)은 공명(共鳴)에서 온다. 공명이란 과학적으로 말하면, 어떤 물체의 진동에너지가 다른 물체에 흡수되어 그 물체가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공명은 한자 뜻 그대로 ‘남과 더불어 우는 일’이다. 남이 울면 따라 우는 것이 공명이다. 남의 고통이 갖는 진동수에 내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공명이다. 마치 현악기처럼 말이다.

그 소리가 울려 퍼져 음악을 만들듯 우리 사회에도 아름다운 공명이 울려 퍼질 수 있다면, 그때 분명 우리 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슬퍼할 줄 알면 희망이 있다. 우리 모두 함께 희망을 노래해보자.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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