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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시인의 문화 산책】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 차주일
마스터 기자 / iksanpress@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26일(금)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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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먹이로 쫓던 새를 찾아가
그 새의 눈물을 빨아먹어야만 살아남는 나방이 있다.
천적의 맥박 소리에 맞춘 날갯짓으로
잠든 눈까풀을 젖히는 정지된 속도로
천적의 눈물샘에 긴 주둥이 밀어 넣을 수 있었던
진화는 천적의 눈 깜박이는 찰나에 있다.
천적의 눈물에 침전된 염기를 걸러
제 정낭을 채운다는 미기록종 나방이여
상사 빛 날개를 삼켜 다시 염낭을 채워야 하는 새여
날개로 비행 궤적을 지우는 고요의 동족이여
제 감정에 마음 찔려본 자만 볼 수 있는 궤적은
내가 가위눌린 몸짓으로 썼던 미기록종의 자음들
나여, 불면이 네 눈으로 날아와 살아남으려 함은
이미 제 영혼인 울음을 간수할 유일책이기 때문
나여, 새의 부리를 조용히 열고
울음통 속으로 들어가 보아라.
차마 소리로 뱉지 못할 자음이 있어
모음만으로 울며 날아가는 궤적을 읽어보아라.

모음만으로 운다면 비명이나 흐느낌 아닐까. 부재하지만 존재하고 존재하지만 부재하는 것은 마음이 어찌할 수 없는 죽은 자의 궤적이리라. 미움도 증오도 그리움으로 진화한다는 말은 듣는 이를 더 애잔하게 만든다. 진화의 배후에는 천적이 있다. 먹고 먹히는 천적이 공존하고 있어 꾹꾹 자음을 삼키게 하는 울음이여. 조용히 ‘나여’라고 불러본다.

 

 

 

 
 


     


마스터 기자  iksan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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