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농공단지 등의 기업입주에 앞서 대체로 투자 예정기업과 조성기관인 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 등간 MOU(투자협약)·분양계약 절차를 밟는다.

양해각서를 의미하는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조약이나 계약을 정식적으로 체결하기 전 상호 간 양해 내용을 기재하는 합의 문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해 상호 간 원활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을 전제로 한다.

MOU는 당사자 간 의견충돌을 방지하고자 사전에 충분한 협상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자는 의미에서 이뤄지며, 공식적으로 법적 절차나 구속력은 없지만 MOU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도덕적인 비난이 뒤따르고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정부·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은 기업유치 성과와 치적으로 예정된 투자금액·분양면적·고용인원 규모 등을 담고 있는 MOU 소식을 적극 알린다.

이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가슴은 지역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게 된다.

그러나 MOU가 뒤늦게 속빈강정인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잖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MOU 내용을 위반할 경우 도덕적 비난과 신뢰 상실·실망감 초래 등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기업들의 투자유치까지 방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례가 익산지역에서도 발생해 MOU을 체결한 기업과 자치단체에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과 2011년 4월에 각각 준공된 익산 제3산단과 제4산단 전체 분양대상 면적 171만3000㎡중 투자협약이 이뤄진 면적은 134만1000㎡이지만 실제로 올해 1월말까지 분양계약이 이뤄진 면적은 116만㎡이다.

투자협약 면적중 13.5%정도인 18만1000㎡ 면적이 분양으로 이어지지 않아 공수표가 된 셈이다.

대표적 사례로 국내 대표적 방직업체인 전방㈜(옛 전남방직·대표 조규옥)이 꼽힌다. 전방㈜는 민선5기 이한수 시장 시절인 지난 2010년 익산 제3산단 17만9000㎡의 부지에 2015년까지 총 2030억원을 투자해 1·2·3공장을 설립, 12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익산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전방㈜가 지금까지 제3산단에 투자한 금액은 650억원, 분양계약 면적은 4만2000㎡, 고용인원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익산시가 전방㈜의 투자를 기다리다 못해 투자의향여부를 확인한후 나머지 부지 13만7000㎡를 다른 기업에 분양키로 해 사실상 전방㈜의 추가적 투자는 물거품이 됐다.

투자협약 당시 조규옥 대표가 “익산에 신설될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방적설비를 갖추게 되고 120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 말은 사정이야 어떻든 결국 허언(虛言)이 되고 말았다.

제3·4산단 투자협약후 미분양된 18만1000㎡중 전방㈜의 약속 불이행 면적이 75.6%에 이른다.

전방㈜의 투자협약후 시의회에서 제기된 기업유치 인센티비 특혜 주장 등과 관련 “투자를 재검토하겠다” “공장을 철수하겠다” 고 몽니를 부리기도 해 약속불이행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결코 곱지 않다.

익산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동향 등을 정밀히 파악하고 투자협약 실현성 여부를 판단, 투자협약 부지를 진즉 다른 기업에게 분양했어야 한다. 앞으로 속빈강정이 나오지 않도록 세밀한 투자협약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