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낭산면 한 폐석산에 폐건전지 등 엄청난 양의 맹독성 폐기물이 매립된 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6년 6월이었다.

환경 범죄 관련 지자체의 단속을 돕기 위해 같은해 지난 2월 출범한 중앙 환경사범수사단에 의해 적발된 것이었다.

전국의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10여곳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법적기준치보다 최대 682배나 초과한 납축전지를 폐기할 때 나오는 불순물 ‘광재’를 지정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일반폐기물로 낭산 폐석산에 불법으로 수년간 매립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를 경악케 했다.

특히 침출수 유출에 따른 환경오염·반출처리 문제 등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큰 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자그만치 150만여톤으로 추정되는 불법폐기물 이적처리가 폐기물 배출업자들에 의해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시작됐으나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이뤄져 이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00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자 지역주민들이 “폐기물 배출업자들의 전량 이적처리 의지가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환경부가 나서 행정대집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가운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 지역주민들이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전북도가 전북지역에 방치된 불법폐기물 처리대책을 발표하면서 낭산 폐석산 불법폐기물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전북도가 지난 3월 19일 도내 7개 시·군에 방치된 불법폐기물 3만6000톤에 대해 2021년까지 전량처리를 목표로 연내 1만4000톤(38.5%)를 처리하고, 불법폐기물 처리원칙으로 폐기물 발생 원인자가 부도·파산 등으로 처리하기 어렵거나 지역주민에게 환경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부득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낭산 폐석산 지정폐기물 불법매립 사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3월29일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낭산주민대책위는 “전북도는 국무총리실에서 지난 2월 21일 전국에 불법 방치된 폐기물 전주조사 자료와 불법폐기물 관리강화 대책을 발표하자 부랴 부랴 전북지역 불법폐기물 처리대책을 마련하면서 낭산 폐석산 불법폐기물은 쏙 빼놓았다”며 “그래놓고 불럽폐기물 전량 처리요, 행정대집행이요 라고 떠들어 대냐”고 힐난했다.

또 “전북도는 지난해 4월 4일 낭산주민들과 체결한 민-관협약의 주체이면서 가장 중요하고 규모가 큰 사안인 낭산 폐석산 폐기물 문제를 제외시킨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고 강력 규탄했다.

그러면서 “전북도는 낭산 폐석산 불법매립 폐기물부터 행정대집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대목에서 전북도가 타시도에서 반입돼 불법 매립된 낭산 폐석산 폐기물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빠뜨린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또 익산시와 협의해 제외시킨 것이지, 전북도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가 나름의 논리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낭산 폐석산 폐기물은 분명히 타시도에서 반입된 적법 폐기물이 아닌 불법폐기물이다.

그것도 맹독성 폐기물로서 이적처리가 시급하다. 그럼에도 이번 전북도의 불법폐기물 대책에서 제외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